내 마음의 북녘본당 갖기

"마음 속 북녘 본당 위해 기도하며 한반도 평화의 문 열어요"

“북녘 사람들과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의삶을 나 누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들의 삶에 우리의 마음을 여 는 실천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 원장 정세덕 신부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운동 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 약속과 실천은 바로 기도다 이 기도운동은 북한에 있었던 천주교 본당과 그 공동체를 기억하자는 데서 출발한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 회와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지난해 11월 24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기도운동의 닻을 올렸다. 평신도사도직 협의회가 기도운동 추진위원회를, 서울대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평화나눔연구소가 기획단을 맡았 다. 서울대교구 소속 18개 평신도 단체가 기도운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평양의 관후리본당과 황해남도의 매화동본당을 위해 기도하기 로 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미사에서 “우리 기억에서 잠시 사라진 북녘 교회와 신자들을 되살리는 운동”이라 고 말했다.
 
북에 있었던 천주교 본당 57곳

북한에 있었던 57곳의 천주교 본당, 80여 명의 사제，200여 명의 수도자, 5만 2,000여 명의 신자들…. 이 들은 70년 분단의 질곡 속에서 고통 받았을 것이다. 남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서서히 잊혔다.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기도운동은 우선 이들의 삶을 마음으로 기억하고 되살리자고 호소한다. 참여자들은 57곳 본 당 가운데 하나 이상의 본당을 정한다. 매일 오전과 오후 북녘 본당과 공동체를 위해 기도한다. 1년에 두 번 이상은 매주 화요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민족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 참여해 북녘 본당을 위해 기도한다. 서울대교구 신자뿐 아니라 다른 교구 신자도 참여할 수 있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평신도들이 주도하는 자발적인 기도운동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참여자들이 57곳 본당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자와 동영상도 제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북녘 본당을 위해 기도할까.

마음의 본당을 선택하면 북녘의 천주교 교회를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기억은 북녘의 교회 공동체가 회복 되기를 기도하는 영성운동으로 발전한다. 기도는 우리 의 소중한 것들을 북한 동포들과 나누자는 마음으로 성숙할 수 있다. 분단의 아픈 역사와 상처를 치유하는 화해와 용서의 마음도 갖게 된다. 이런 마음은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께달아 평화를 위한 실천으로 이어진다. 기도운동이 평화운동，통일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세덕 신부는 강조한다. “본당은 신자들 삶의 공동 체입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갑니 다. 북녘 본당을 위한 기도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북녘 사람들의 삶에 참여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북녘의 천주 교 본당을 기억하는 건 북한 주민의 삶을 떠올리는 과정 이라는 얘기다. 정 신부는 “북녘 본당을 위해 기도하다 보면 본당 지역에 살고 있는 북녘 주민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며 “그 고민이 행동 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도운동이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어

기도운동 기획단장인 임 강택 평화나눔연구소장은 “시작은 기도운동이지만 여기에 멈추지는 않을 것”이 라고 말했다. 마음으로 기도하면 어느새 북녘 주민이 가깝게 느껴진다. 북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 을 연다. 그러면 참여자들이 기도하는 본당 지역에 지 금도 살고 있는 북녘 주민을 돕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는 것이다. 기도운동이 삶의 태도를 바꾸는 성숙의 과 정이 되는 셈이다. 정 신부는 “참여자들이 뜻을 모아 기 도하는 본당이 있었던 북한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복 지，농업 지원 사업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남북 사 람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녘 본당을 되살리는 남북 협력도 가능하다.

기도운동으로 북녘 주민들에게 마음을 열면 평화와 통일의 문도 열린다 정 신부는 “통일을 정치，제도의 문 제로만 보면 남북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통일은 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분단 70년은 정치，이념，세대，남 남，동서 갈등을 수없이 낳았다. 그중에서도 남북 갈등 은 민족의 동질성을 크게 해쳤다.

이런 갈등을 그대로 두고 통일하면 갈등이 폭발한다. 남북이 함께 살 수 없다. 그전에 남북 사람들이 서로 의 삶을 이해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와 통합이 필요하다. 종교가 이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게 기도운동 의 취지다. 남북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 음을 께닫게 해야 한다. 북녘 동포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여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기도운동은 그 시작이다. 평화나눔연구소 성기영 위원은 “진보，보수의 이념 갈등에서 벗어나 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교회다운 운동”이라고 말했다. 정 신부는 “기도운동이 남북관계를 사람，삶 중심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도운동을 통해 북한 주민들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갈등을 극복할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가 통일을 지향하는 운동으로 발전할 것이라 기대한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뉘었다고 천주교 교회가 둘로 나뉜 것이 아니듯 통일을 준비하는 가장 천주교다운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하는 한 살아 있고 기도하는 한 이뤄진다’，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운동의 모토 중 하나다. 
  
윤완준은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을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통일부를 출입하며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다.